고속도로에서 타이어 터진 날

요새 다시 팔로알토로 이사를 가려고 준비 중이다. 9월달부터 오피스를 다시 연다고 했고, 아무래도 샌프란에서 매일 통근은 무리란 생각이 들어 다시 사우스베이로 컴백하기로 했다. 얼마전에 집을 계약했고 요새 시간 되면 왔다갔다하며 집을 셋팅하는 중인데, 며칠 전에 집에 받을 물건이 있어 퇴근 후에 팔로알토 집에 잠시 다녀왔었다. 그날따라 모든 게 타이밍이 잘 맞아 빠른 시일에 일을 처리하고 집에 돌아가던 길이었는데, 고속도로에서 그냥 뭔가 갑자기 운전 중에 느낌이 쎄했다. 핸들이 생각대로 잘 움직이지 않았고 뭔가 주행감도 갑자기 너무 이상했다. 엄마랑 통화중이었는데, 에? 뭐지 이 이상한 느낌은? 이러고 급하게 차를 갓길에 세웠다. 마침 그 때 나는 3차선에 있었고, 거긴 출구에서 새롭게 고속도로로 합쳐지는 곳이었는데 그 옆에 유독 갓길이 아주 크게 있었다. 내려서 차를 잠시 확인해보고 나는 식겁… 왜냐면 타이어가 아예 터져서 아예 바퀴가 없어지다시피 한 것이다. 아 이거 쓰면서도 아직도 지금 그때 느낌 생각나서 PTSD….

일단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와 진짜 다행이다 갓길이 있어서….와 진짜 다행이다 3차선이어서…와 진짜 다행이다 더 안가서… 와 진짜 다행이다 아직은 해가 안져서 밝이 밝아서…. 이런 생각들이 몰려오면서 이중 하나만 어긋났어도 너무 아찔할 상황이었던것을 생각하며 아 나 진짜 죽을수도 있었네? ㅠㅠㅠㅠ 하는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그리고 갓길이라곤 했지만 여전히 고속도로 였고, 차들은 너무 쌩쌩 옆으로 지나가서 무서워서 내릴수도 없었고, 이제 어디다 전화해서 문제를 해결하지? 도 눈앞이 캄캄했다.

상식적으로 보험회사에 전화하는게 맞겠지만 그냥 너무 당황스러웠고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일단 근처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가장 자주 연락하는 친구이기도 하고, 마침 친구가 근처 동네기도 했고, 가장 생활력이 강하고 아는 게 많은 친구라 위기 상황에서 당연히 제일 먼저 생각이 났다. 전화로 다짜고짜 나 어떡해 지금 고속도로에서 타이어가 터졌어 뭐부터 해야하니 ㅠㅠㅠ 그랬더니 친구는 침착하게 어디냐고 물었고 “나 어딘지도 지금 전혀 몰라 ㅠㅠ 너가 위치 추적으로 좀 찾아봐주라 (아이폰 find my 로 서로 위치추적 되있음)” 그러니 그럼 자기가 위치 찾아볼테니, 일단 AAA 에 전화해서 on-the-fly 가입을 하고 로드사이드 어시스턴트를 부르라고 하면서 전화번호를 찾아줬다. “나 보험사도 있긴한데 거기다 연락해야 되는거 아냐?” 그랬더니 보험사에 연락해도 되는데 보통 이런 Roadside assistance는 AAA 가 잘되있어서 보험사랑 별개로 가입해도 되고 별로 비싸지도 않으니 그냥 거기 급 가입해서 서비스 부르는걸 추천하길래, 패닉한 나는 뭐가 더 좋은지 따질 시간도 없고 그냥 친구가 시키는대로 하기로 했다. 솔직히 그때 심정으로는 지금 어두워져서 밤이 되기 전에 나를 이 상황에서 벗어나 안전한곳으로 옮겨줄 수만 있다면 얼마가 됐든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차안에서 AAA로 전화를 걸었다. 하아 난 미국에서 어디 전화하면 제일 짜증나는게 사람이랑 통화하기까지 너무 무수한 자동응답기 옵션을 거쳐야하는 것이다. 거치고 거쳐 겨우 사람이랑 통화가 됐는데 멤버가 아니라고 하니 그럼 가입하고 오라고, 멤버 가입 부서로 날 transfer 시켰다. 그래서 전화로 가입하는데 그분이 주토피아에 나오는 DMV 직원처럼 천천히 일하는것이다 ㅠㅠㅠㅠㅠ 그래서 제가 지금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세우고있어서 너무 무섭고 날이 어두워져서와서 빨리 불렀으면 좋겠는데 빨리 좀 진행 가능하냐니까 정말 심드렁한 목소리로ㅋㅋㅋㅋㅋ 이해는 하지만 뭐 회원가입을 위해 물어야 할 것이 있어서 어쩔수 없다면서 (근데 정말 심드렁해서 나의 긴박함과는 너무 대조를 이룸) 그와중에 Auto pay를 설정하시면 10불 할인되시는데 하시겠습니까를 천천히 묻는데 나 진짜 헛웃음남 ㅋㅋㅋㅋㅋ 할인이고 뭐고 관심없고 최대한 빨리 가입해달라니까 아니 그건 알겠는데 질문에 답을 해달래서 (그러고보니 걍 설정하겠다 말하면 더 빨리 끝날것을ㅋㅋㅋㅋ 뒤에 더 저런 질문들이 줄줄히 나올까봐 어이없어서 ㅋㅋㅋ) 네네 가입해주세요 그럼ㅠㅠㅠ 이러고 있는데 누가 창문으로 똑똑 두드렸다.

전화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는데 여기 갓길에 세워놔서 경찰이라도 뜬것인가? 싶어서 전화 중에 놀래서 쳐다봤더니 친구가 와줬다ㅠㅠㅠㅠㅠ 온단말도 없었는데 내 위치를 확인하고 달려와줬다 엉엉 나 그때 진짜 친구한테 후광보임….

친구가 같이 차에 타서 옆좌석에 있어주는것 만으로도 아 다행이다 이제 죽진 않겠구나ㅠㅠㅠ 싶었고 이제 드디어 회원가입 끝나고 로드사이드 어시스턴스 부르는데 거기 위치가 어디냐고 물었고, 친구가 그부분은 대신 받아서 너무 잘 설명해줬다. 나는 위치를 묘사하는 영어에 약한데 (용어를 디테일하게 모름) 친구가 기상캐스터 아나운서처럼 정확하게 멘로파크 404 출구에서 나오면 on ramp 에 있는 갓길에 있다 뭐 이걸 디테일하게 설명했는데 후광 또 비침……… 아 그러고보니 여기가 멘로파크였나보구나 싶고, 그러고보니 친구 집 (내가 첫해에 살던 집; 예전에 하우스메이트였음 ㅋㅋ) 에서 무지 가까운 곳이었다.

친구는 평소에 엄청 조심성이 많고 디테일한 성격이라 위기 상황을 위해 이것저것 구비해놓고 있는 아이템들이 차에 많았는데, 그와중에 차 타이어에 압력 재는 기계를 꺼내와서 다른 타이어 압력도 재주고, 너도 이제 이런거 사두라고 레슨 들으며 아저씨가 올때까지 기다렸다. 첨엔 대기시간이 90분이라 그래서 식겁했으나 다행히 전화와서 20분후에 온다고 했고, 이제 날은 슬슬 저물어가고있었다. 드디어 로드사이드 어시스턴스 아저씨가 구세주처럼 도착했으나 그 이후에도 여러 난관에 휩싸였다.

아저씨가 내 차 타이어를 어떻게 빼는지 모르심ㅠㅠㅠ 가져오신 툴이 구멍이 맞는게 하나도 없다고 ㅋㅋㅋ 이미 날은 어두워져서 컴컴하고 아저씨의 의외의 고전에 나도 당황했는데, 친구는 또 너 분명히 차에 너 타이어에 맞는 툴이 있을거라고, 툴박스 있냐 나에게 물었고, 난 당연히 모르고….. 오너 매뉴얼이 어디있냐고 물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나중에 보니 집에 있었음 ㅠ) 우리 모두 useless 한 와중에 친구는 구글링해서 차 안에 툴박스가 숨겨져있는 위치를 찾아냄 ㅋㅋ 그래서 아저씨도 기뻐하며 거기 있는 툴을 쓰는데 여전히 뭐가 안맞음…. 아저씨 또 당황…. 근데 알고보니 뭐 뚜껑을 먼저 벗겨내고 툴로 끼우는 거였다. 어? 이게 뚜껑이 있었네? 하면서 나중엔 깨달으심 ㅋㅋㅋ (타이어마다 생긴게 다른가보다;;)

근데 컴컴해서 아저씨 작업하는데 잘 안보이셔서 내가 휴대폰 불빛으로 비춰드리고 있었는데 친구가 또 이런 상황을 위해 구비했다며 무슨 LED 후레쉬 라이트를 가져와서 이거 쓰라고 줬는데 너무 고성능이라 깜놀함 ㅋㅋㅋㅋ 왜이렇게 잘보여 ㅋㅋ 아저씨도 막 잘보인다고 좋아하심 ㅋㅋ 어쨌든 이렇게 우여곡절끝에 스페어 타이어로 갈았고, 50-60 mph 이상 가지 말래서 진짜 거북이처럼 집에 왔다. 그날만큼 집에가는 길이 멀게 느껴진 날은 없었다. 하필 그날따라 도로 공사는 또 왜이리 많은지….. 아 이 통근 절대 못해!!!!! 이사 결정 잘했다고 느낀 순간 ㅠㅠㅠ 왜냐면 그게 좋은 날은 편도 40-50분에 되지만 이렇게 고속도로를 많이 타는 만큼 사고의 위험이 정말 많고, 공사나 사고 한번 나면 길도 의외로 막히고 그렇다. 동부에서 고속도로는 이렇게까지 스트레스 아니었는데 베이에서의 고속도로 타는건 솔직히 진땀난다. 고속도로 구조가 좀 거지같아서 참 길도 헷갈리고, 오른쪽에서 merge 할때마다 부딪힐까봐 너무 무서운적도 많고, 차도 더 많고, 사람들도 더 난폭하게 운전한다.

여튼 그날의 죽을뻔한 고비를 넘기고 돌아왔는데, 이렇게 삶을 아슬아슬하게 살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뭔가 안전하고 준비된 삶을 살아야지 하는 생각에 그날 여러가지를 주문했다. 사실 친구가 “car survival list” 보내줘서 거의 주문 버튼만 누른 수준인데, 혹시 사고나면 세워둘 수 있는 꼬깔콘 같은 것도 사고, 타이어 압력 체크하는 거, 타이어에 바람 넣는거, 배터리 나갈때 대비한 점프선, LED 후레쉬 라이트, (친구는 저 후레쉬가 배터리가 나갈때를 대비해서 심지어 배터리도 여분으로 샀다고 해서 나도 따라삼ㅋㅋㅋ) 등등… (근데 사고나니 점프를 실질적으로 내가 할 일은 없을거같아서 몇개는 주문 취소함 ㅋㅋㅋㅋ 배터리나 제때 제때 교체하는걸로… 이제 혹시나 배터리가 나가면 AAA를 부르지 싶다)

사실 타이어가 정확히 왜 터졌는지는 모르겠다. 몇주전에 뭘 밟았을수도 있고… low tire pressure 경고등이 몇주째 떠있었는데, 그동안 저게 떠서 딜러십에 가면 심각한게 아니었을때가 많았었고, 얼마전에 체크업을 했기에 false warning 정도로 생각하고 무시했는데, 그냥 이젠 양치기 소년처럼 매번 속아야겠다. 타이어가 닳았는데 곧 바꾸셔야겠네요 얘기 들었었는데 타이어가 넘 비싸서 (ㅋㅋㅋ) 좀 더 시간끌다가 바꾸려고 했다가 더 피본 것 같다. 사실 타이어에 별로 신경을 안써서 예전 첫 차 탈때도 주차장에서 누가 쪽지 남겼었다. 타이어 마모 심각한데 바꾸셔야 될거같다고. 그래서 이제 타이어는 뽕뽑지 말고 미리 바꾸고, 타기 전에 육안으로 체크할거다 ㅜㅜ 가끔씩 타이어 바람도 체크할거고 모든 low tire pressure warning 은 새겨 듣기로…

며칠 후 친구가 101 고속도로에서 너 타이어 잔재가 아직도 도로 한 구석에 있다면서 보내준 사진 ㅠㅠ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