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아름다운지”: 슬의생 준완, 익순의 어른의 연애 이야기

요새의 드라마 화두는 아무래도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이다. 슬의생은 엄마도 재밌게 보는 중인데, 엄마가 나오는 남주 넷 중 한명과 사귈 수 있다면 누구랑 만나고 싶냐고 엄마가 묻길래, 이게 뭐라고 심사숙고 해보았는데 일단 정원(유연석)부터 패스했다. 무교인 나에 비해 그는 너무 종교인이고 사실 너무 착한것도 싫다 (항상 교과서적인 말만 하는 사람이라 내가 누구 욕하면 그러면 안된다고 회유할것 같아ㅋㅋ).

그리고 모든것에 만렙이고 완벽하게 나오는 익준 (조정석) 은 너무 오지랖 넓은게 나랑 성격이 비슷해서 좀 그렇다 ㅋㅋ 병원 오피스에서 식당까지 가는데 온갖 사람들이랑 인사하며 발 넓고 오지랖 부리는게 너무 나같아서 약간 동족혐오일수도있지만 나는 파트너는 나랑은 좀 반대로 살짝 내향적인 성향인 사람들한테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근데 굳이 넷중에 하나 고르라니까 그렇지 익준이 너무 성격 좋고 재밌으니까 사실 이 정도는 흠도 아님ㅋㅋㅋㅋ)

그리고 석형이같은 사람도 나랑 유머코드만 맞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사실 석형이 좋아해서 계속 들이대고 있는 추민하쌤이랑 나랑 성격이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와닿는게 있음 ㅋㅋㅋ) 석형이 시어머님이 좀 진상이고 무섭지만 일단 그런 현실적인것은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아니 또 나랑은 친하게 잘 지내실수도 있잖아 ㅋㅋㅋ) 근데 어떨때보면 너무 사람 텐션이 낮고 진중한 편이라 재미를 못느낄것 같기도 하고… 대화를 좀 해봐야 알것 같다.

그럼 마지막으로 준완이……….는 이유가 필요 없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사람 이래서 좋지 이렇게 코멘트하고 있는 시간에 이미 준완이는 내가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ㅋㅋㅋ (사실 정경호의 얼굴이 좋은건지 혼란스럽지만 처음엔 별로였으므로 캐릭터의 힘 같음) 극 중 항상 그의 깔끔한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좋고 (환자들한테 어려운 얘기 할때도, 애인한테도), 행실도 깔끔하고 (천명태 교수랑 골프치러 가서도 왠지 비리느낌 나니까 자기 몫 딱 계산해서 나오는 사람…) 까칠한듯 하면서 여친한텐 무한 다정한게 출구 없는 매력이다.

준완 익준 커플 스토리는 이미 시즌1때부터 내가 제일 몰입하면서 본 얘긴데… 그 이유는 준완의 연애가 정말 내가 본받고 싶은 성숙한 어른의 연애이기 때문이다. 일단 준완이가 익준이 동생인 익순이가 병원에 입원 했을 때 치료해주면서 알던 친구 동생으로써 재회했고, 군인인 익순이가 부대 앞에 불짜장 맛있는데 있다고 오빠들 언제 먹으러 오라고 빈말했는데 준완이가 어느날 진짜 부대에 진짜 찾아갔다. 나 미쳐 ㅋㅋㅋㅋ

“오빠 설마…나보러 온거야?” 하고 놀란 익순이한테 “아니? 짜장면 먹으러” (준완이 근데 너무 연애 잘하는거같음 모든 멘트가 이렇게 깔끔하고 센스있다 ㅋㅋㅋㅋㅋ) “네 뭐라구요?” 하고 되묻는 익순이한테 “짜장면 먹으러 왔다고…” 하면서 다정하게 웃는 얼굴보고 익순이의 사랑도 이제 시작됐음 ㅋㅋㅋㅋ

그렇게 둘이 짜장면 먹고 약간 친해졌는데, 익순이가 서울왔다가 다시 부대로 복귀하는 날 준완이가 아침에 데려다준다고 했고 아침에 오뎅먹다가 ㅋㅋㅋ 자기가 아끼는 카카오 초콜렛 나눠준다면서 초콜렛 건넸다가 준완이가 초콜렛 받고 그대로 그 손 잡으면서 “내가 좋아한다고 말했던가?” 하고 직진 고백함 ㅠㅠㅠ 난 준완이의 이런 깔끔함이 너무 좋다 ㅠ 그리고 이어지는 “오빠랑 연애하자”. 사실 근데 준완이가 말했던 모든 멘트 중 유일한 옥의 티가 “오빠랑 연애하자” 임 사실 ㅋㅋㅋ “나랑 연애하자”가 더 담백하고 좋은데 이와중에 오빠병이 살짝 오글거렸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니까!!!

그래서 그렇게 잘 만나다가 익순이가 영국으로 박사한다고 유학을 갔고, 준완이는 40년도 기다렸는데 4년 못기다리겠냐면서 쿨하게 기다린다고 했고 그렇게 롱디 시작. 그리고 여느 커플이 롱디하며 서서히 멀어지는 그 과정을 다소 거쳐 (서로의 화두 다름 / 내가 모르는 현지의 사정들 쌓여감) 결국 익순이가 미안한 마음에 이별 선언하는데 (사실 이쯤에 익순이가 큰 지병이 도져서 병 때문에도 마침 더 미안해서 헤어지자한것같은데 정확히 헤어지자고 한 사유는 이해 안가고 그냥 익순이의 대처가 이기적이고 아쉬웠다) 그 이별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다른 남자가 생겼다고 거짓말해서 준완이 입장에선 청천벽력 이별 당함.

근데 난 준완이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게, 평소에 익순이가 “세경이”라는 친구에 대해서 매번 언급하는데 알고보니 그 세경이가 남사친이었고, 여사친인줄 알았던 세경이랑 여행도 가고 등등 그거에 대해 일종의 배신감 서운함이 분명 있었을텐데 티 한번 안내다가, 익순이가 헤어질 때 “다른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하고 한 뜬금없는 거짓말에 아주 조심스럽게 “혹시 세경이니?” 라고 물은게 다다. 급발진 잘하는 나로썬 이미 세경이가 남사친인걸 알았을때 왜 말 안했냐며 화내고 질투했을 것 같은데 그런거 티 안내고 저 말 듣고 조심스럽게 한마디 물어본게 그 감정 컨트롤이 참 어른스러웠다.

그래서 그렇게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서 준완이 아직도 익순이 못잊었다며 소개팅도 거절하고 그렇게 지내다가 익준이의 큐피트짓으로 창원 -> 서울가는 심야 버스에서 둘이 같은 버스를 타고 서울에 올라오게 되어 드디어 마주친다. 근데 그 마주치는 장면이 너무 극적이라서 마치 내가 그 상황에 있는 것 마냥 너무 마음이 울렁거렸다. 버스에서 그냥 눈감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여자의 익숙한 향수냄새에 눈이 떠져서 놀라 뒤돌아보니 익순이였던 것. 동시에 둘이 얼굴을 확인하고 너무 놀랐지만, 그래도 버스가 서울까지 가는 몇시간 내내 아무 말도 안하고 갔다. 그리고 사람들 다 내리고 준완이가 드디어 일어나서 뒤좌석에 앉은 익순이에게 다가가려고 일어나던 장면에 내가 다 떨리고 카타르시스있어서 여러번 다시 봤다 ㅠㅠ

“잘 지냈어?”라고 첫마디를 건네는데, 그 버스에서 몇시간동안 “지금 가서 얘길 해야할까?” “도착하면 얘기를 해야할까?” “가서 무슨 표정을 지으면서 첫마디는 어떻게 하지?” 이 모든걸 얼마나 고민했을까 싶다. 근데 사실 버스가 몇시간이나 하는데, 이렇게 갑자기 만난 김에 대화하자고 왔으면 마음의 준비도 안되있고 좀 불편했을 것 같은데, 버스가 서울에 도착해서야 내리기 직전에 저렇게 가서 “잘 지냈어?” 묻는게 너무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잘 지냈어?”

“어..오빠는?”

“난 뭐… 지금 창원에 있어? 아니면…서울?”

“응 창원에 있어요”

“주말까지 서울에 있어? 주말까지 있으면 만나고 싶은데… 부담되면 거절해도 돼. 만나서 잠깐…이야기 하고 싶어서 그래 ”

라는 이 짧은 대화가 그냥 나는 너무 깔끔하고 완벽하게 느껴졌다. 급하지도 않고, 우리가 이별해있던 시간동안 서로 그리워 한시간들을 무색하고 가볍게 만들지도 않는 그런 톤으로.

근데 그 준완이네 커플이 재회할때 김연우 <여전히 아름다운지> 의 리메이크 버전이 흘러나오는데 노래 감성이 그 상황에 그토록 완벽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연애는 진짜 감성이 비슷한 사람이랑 해야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연애하는 동안에도 사랑의 언어, 감정, 장르 다 묘하게 어긋나는 느낌이 드는데, 헤어짐 이후의 시간에도 우리가 서로를 생각하는 감정선의 장르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때가 제일 허탈하다. 이별 후의 감정조차 동상이몽인것이다 ㅋㅋ 연애할때, 헤어졌을 때 그 사람 생각하면서 들을 수 있는 노래가 있는지, 그 사람도 비슷한 노래 들으면서 내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사람이 그럴거라는걸 내가 이해하고 있고), 그냥 그런 감정선의 장르가 나는 중요한것 같다. 여튼 이제 3회 남은 슬의생에 제발 준완 익순 분량 카타르시스있게 많이 나오길 바라며 ㅠㅠㅠㅠ 준완-익순 커플 응원합니다 ㅋㅋㅋ

P.S. 근데 사실 위에 열심히 고민한거 다 뻥이고 눈감고 아무나 찍어서 넷 중 아무나랑 만나도 좋을것 같음. 넷 다 너무 좋아!!!!

P.S.2 준완이가 너무 좋아서 정경호가 같은 감독&작가의 전작에 출연한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정주행했는데 (이 드라마가 더 재밌는게 함정…) 거기서도 준호를 사랑했던 나는 알고보니 나 정경호 좋아했네? ㅋㅋㅋ 원래 마른 남자 안좋아한다 생각했는데 그냥 그런 스타일 같은거 의미없는 것 같다 정경호가 정들어서 좋아지니까 그가 그렇게 마른것도 좋아 ㅋㅋㅋ